서울시내 곳곳에 물난리를 겪고있는 때에 아이들과 함께 서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화요일 저녁부터였습니다.
오후 4시 밖에 안되었는데 하늘이 컴컴할 정도였습니다.
그날 숙소에 들어와 잠을 자다가 천둥번개 소리에 잠을 깼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1시30분쯤이였습니다.
보통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는 보통 한 두시간 내리면 그치는데 이번 천둥번개는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잠이 들고나서도 천둥번개 소리에 잠을 깨기를 반복했습니다.
아마 천둥번개와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소리 때문에 잠을 오랫동안 못 들기는 태어나고 처음이었습니다.
다음날도 비가 오락가락 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릴때는 고궁박물관이나, 민속박물관에 머물렸고, 비가 그칠때는 경복궁을 둘러봤습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외곽 역이 물에 잠겼다는 보도를 듣고 1호선을 피해 다른 호선을 이용해서
다녔습니다. 다니는 곳이 서울 중심가였고, 큰 걱정을 안했는데. 폭우로 고속열차 선로가 무너져
고속열차가 다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습니다.
아침 일찍 배낭을 맡길려고 서울역을 방문했을때 고속열차가 정상 운행되어서 걱정을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다니는 곳에는 비 피해가 없었고, 비도 많이는 내리지 않아 정해진 코스를 다 돌았습니다.
그런데 방송에는 실시간별로 서울에서 일어나는 물피해에 대해 보도를 했고, 그것을 본 부모님의 걱정
스런 문자나 전화가 왔습니다. 부모들로서 당연한 걱정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부모에게 이렇게 얘기 했습니다.
"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인데 이 정도 비해 무슨 큰 일이 있겠습니까? 너무 걱정 하지 마십시오."
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경남으로 내려와서 방송을 보니, 제가 한 말은 모두 '뻥'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다니는 곳에는 관광객들도 많았고, 교통에도 지장이 없어 다른 곳에서 큰 물난리 난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은 제가 생각한 서울이 아니였습니다.
'참 서울도 믿을게 못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물난리를 제대로 예방하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을 했지만,
서울 여행의 즐거움을 준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돈을 보냈다는 문자 메세지 내용=
경복궁 옆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있는데 민속박물관 후문격인 어린이민속박물관 입구 옆에는 음료수 자판기
가 있습니다. 한 어린이가 음료수을 빼기 위해 자판기에 만원짜리 지폐를 넣었는데. 음료수는 나오지 않고
만원짜리만 먹었다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자판기를 살펴보니, '지폐불가' 라는 글씨가 있었고, 그 자판기는 만원짜리를 쓸 수 없는 자판기였습니다.
어린이 박물관 안내하는 분에게 자판기 관리하는 사람 전화번호를 물어서 전화를 하니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다음 일정도 있고 해서 그 자리를 떠나 한 시간 정도 지나니까 자판기 관리하는 사람의 전화번호가 제 휴대폰에 들어와있었습니다.
다시 전화를 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다시 그 곳으로 갈수도 없고 해서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30분 뒤에 다시 전화가 와서 받았습니다. 전후 사정을 얘기하니, 자판기를 관리하는 사람이 다시 올수 있냐고 묻길래 일정상 다시 가기가 힘들다고 하니,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송금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 참 고맙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기 오작동으로 돈이 반환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돌려 주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못 받겠다고 포기한 돈이라고 생각 한 것을 돌려준다고 하니 솔직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원칙대로 해야 함에도 원칙대로 안되고, 법대로 되지 않아 피해를 많이 보는 서민들이 많은 우리 사회이기에
어쩜 당연한 일도 기분이 좋게 느끼는 이유입니다.
설마 이 정도 비에 물날리 겪을 수도 서울이 아닌데, 하는 생각과 못 받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돈을 돌려 받은 기분을 동시에 느끼고온 서울여행이였습니다.
당연한 양심으로 자판기를 운영하는 그분이 진정한 서울을 빛내는 사람입니다.(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