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렁쇠 아이들이
진흙에서 노는 날이 오늘이란다.
사진을 보며 어찌나 부럽던지 열 일 제쳐놓고 따라 나섰다.
약속한 장소<창녕 푸른우포사람들>에 도착하니 아무도 오지 않았다.
뻘체험을 할 수 있는 곳엔 개구리밥이 깔려 풀밭 같다.
"저길 어떻게 들어가지?"
아이들이랑 재밌게 놀고 싶었는데 은근히 걱정이 된다.
개구리밥이 초록 이불처럼 깔려 물이 보이지 않는다.
늪 위의 논에서 놀고 있는데 아이들이 왔다.
오자마자 물에 손 담그는 아이들
굴렁쇠 아저씨가 자료집을 나눠주고, 자료를 보고 스스로 찾아보기를 한 뒤에
수생식물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처음엔 저길 어떻게 들어가나 했는데, 굴렁쇠 아저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첨벙첨벙 들어갔다.
"이건 뿌리가 왜 이렇게 긴 지 아나?"
굴렁쇠 아저씨가 묻자 아이 하나가 대답했다.
"비 많이 올 때 물에 잠기지 않으려고요!"
참 똘망한 아이다.
물풀 설명을 다 듣고 나서, 나룻배 타러 출발!
신발을 벗어 놓고
나룻배 탄다고 좋아하던 아이들. 개구리밥이 뒤덮인 늪으로 들어간다니 줄행랑을 친다.
안 들어오겠다고 버티던 아이들, 하나가 물에 들어가니 궁둥이 뒤로 빼면서도 차례차례 들어간다.
"그쪽에 있지 말고 여기까지 들어 온나. 그래야 재밌게 놀지."
"이게 뻘 속에 있는 진흙이다. 이거 가지고 진흙팩 한번 해 보자!"
굴렁쇠 아저씨가 바닥에서 흙을 한 줌 집어 올렸다.
아이들 눈이 개구리만큼 휘둥그레진다.
"예? 그걸 이 보드라운 살에 바르자고요?"
"괜찮아. 내가 잡아 줄게."
ㅎㅎ 바지 안 적시려고 아래쪽을 똘똘말아 끼워 놓은 것 좀 봐.^^
뺨에 개구리밥도 붙여 보고
우린 개구리 왕자다.^^
"와, 나룻배다. 나도 나도! "
애들보다 더 좋아하는 이상한 아줌마.^^
뗏목도 타고.
물장구도 치고
드디어 진흙팩 시작
아고 아고 이쁜 뺨
팔에도
콧잔등에도 발라야지. 그래야 화룡점정.
"내가 예쁘게 해 줄게." ㅎㅎ 분장사까지 등장했다.
난 분장사는 필요 없당께.^^
"우히, 이러다 영화 섭외 들어오면 어쩌지?"
진흙을 바르니 개구쟁이 도련님 같다.
드디어 행위예술이 시작 되고.^^
팔뚝이 보드라워졌나 봐야지.^^
"와, 이만큼 더 예쁘졌다."
진흙을 바르고도 어쩜 이리 이쁠까?
처음엔 도망치던 아이들, 어느새 이렇게 잘 논다.
"내가 지나가면 길이 생겨!"
웃음 소리가 나룻배 가득이다.
"네가 물에 사는 물풀이구나!"
잠깐, 찰칵! ^^
어찌나 귀여운지 깨물어 주고 싶다.^^
"다이빙 실력 한번 보시라고요."
보기만 해도 해도 행복해지는 풍경
개굴개굴 개구리, 머리만 보고
청개구린지 황소개구린지 참개구린지...알아 맞혀 보시라고요.^^
개구리 공주님. "난 몰라! 난 왜 이리 귀여운 거야!" ^^
처음엔 안 들어오겠다고 버티더니,
물 속에서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정녕 '초록 정령'이 아닐지?
동동동동!
얘들아, 끼워줘서 고마워! ^^
뻘 체험하고 나서, 샤워하고, 준비해 온을 갈아 입었다.
다시 자리에 앉아 광목천에 아이들이 늪에서 논 느낌을 그림으로 그렸다.
다 그린 그림은 적당한 곳에 세워 전시를 했다. 멋진 전시장이다.
아이들 심사 결과 가장 멋진 작품으로 뽑힌 그림. ㅎㅎ 상품까지 받았다.
다같이 기념 사진.
쇠물닭
10년 전에 굴렁쇠 풀꽃모임 아이들과 많이 놀았는데, 모처럼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다.
물에서 물오리 같이 놀던 아이들!
개구리밥만 봐도 생각날 것 같다. 초록만 봐도 보고 싶어질 것 같다.
[2011. 7. 23. 풀꽃지기 자연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