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과 아이들

멍게가 멍멍이 이름이야?<어시장구경4>

갈밭 2009. 11. 9. 09:20

 

 

 

 

 

아이들과 시장 나들이를 하면, 아이들이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 물음중에 하나가  "엄마 왜 이름이 그렇게 짓었어?"  하는 '왜 이름을 그렇게 부르는 거야?' 하는 아이의 물음에는 쉽게 답을 할 수가 없어 머뭇거린 경험이 있습니다.

 

많은 것을 배운다는 학교에서도 배운적인 없습니다.

생존을 위해 살기 바빴던 우리 부모에게는 더더욱 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제 경험은 그랬습니다.

 

'글~쎄.' 하면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의 물음에 얼치기 답을 해주지만, 뭔가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저도 이런저런 책(특히, 바다생물 이름 풀이 사전-박수현지음/지성사) 이야기를 참고하고, 어시장 생선가게 사장님에게 들은 이야기를 모아 바다 생선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엄마!  멍게가  멍멍 짓는 개 이름이야? 바다에 사는 게 이름이야?"

"음, 게라고 쓰니까 바다에 살겠지?."

횟집에 가면 첫 상에 기본으로 나오는 멍게를 보고 초등 1학년 아이가 묻는 말이다.

초등 1학년이 아니더라도 모르면 멍게 이름을 두고 그렇게 생각할 수있을 것이다. 

 

멍게의 미끈하면서 씹히는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미끈한 느낌이 싫다는 사람들도 있다.

씹히면서  나오는 향긋한 맛이 멍게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이 맛을 이용해서 음식을 만든 것이 거제 '멍게비빔밥' 이다.

특별히 내세울 수있는 음식이 적은 거제에서 '멍게비비밥' 이  그 지역 대표 음식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멍게 이름이 만들어진 유래를 살펴보자.

천연두가 걸린  얼굴에 난 딱지처럼 생긴 것이 '우렁쉥이' 이다.

사전에는 우렝쉥이 라고 나와있지만, 경상도 표준말로 멍게라고 한다.

쉽게 부를수 있는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입에 더 오르내리고 오랜 생명력을 갖는다.

어려운 우렁쉥이 보다는 부르기 쉬운 멍게가 우렁쉥이를 이긴 것이다.

 

어떤 사람은 멍게 라는 말이 '우멍거지' 에서 나왔다고 한다.

우멍거지란 껍질이 덮여 있는 포경이 된 어른의 성기를 말하는데

어른의 성기를 가리키는 순순한 우리말 인셈이다.

그렇다고 어른의 성기를 함부로 부를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우멍거지에서 부르기 쉬운 두 글자만 따와서 '멍거'라고 부르다가

멍게로 불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보면 닮은데가 많다.  

 

껍질에 싸인 작은 구멍을 통해 몸 속에 있는 물을 대포처럼 쏘아 대는 버릇도 그렇고,

껍질을 자르면 노랗고 누런 속살이 드러나는 모습도 비슷하다.

 

주머니인 껍질 모양이 탈춤마당에 나오는 말뚝이 얼굴같이 닮았기도 하고

도깨비가 들고 다니는 몽둥이 모양을 닮기도 했다.

 

물고기와 마찬가지로 멍게도 물 속에 있을때와 물 밖으로 나왔을때 많은 차이를 보인다.

물 속에 있을때는 입을 열고 있어 꽃잎을 벌린 모양이지만 물 밖으로 나왔을때는 꽃잎을 꽉 다문 모양이다.

물속에서는 산소와 플랑크톤이 포함된 물을 빨아들이고 내뱉기 위해서  물이 들어가는 구멍과 물이 나오는 구멍이 다르다

 

 

 

 

 

몸이 오그라들때 보면  입구가 플러스(+) 모양인 것이 들어가는 구멍이고, 마이너스(-) 모양인 것이 나오는 구멍이다.

물이 들어가 나오는 구멍은 들어가는 구멍보다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이런 몸구조 때문에 몸 구멍에서 나온 물이 다시 몸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밖에서는 물을 빨아 들이고 나오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지만,

물 속에서 이런 모습을 보면 신기할 것 같다.  

 

멍게에서 나오는 알싸한 향이 댕기는 늦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