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과 떠난 일본 간사이 배낭 여행기 2 ♥
비교적 싼 가격에 일본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도톰보리
난바는 번화가다. 온통 사람의 물결이다. 자칫 그 물결에 휩싸이면 일행과 떨어져서 길을 잃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은 바짝 긴장을 한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도톰보리라고 불리우니 음식가에 들러서 각자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서 먹는 것이다. 식당에 들어가 다 함께 음식을 먹으면 시간도 절약하고 편하다. 그러나 그러면 재미가 없다. 이리저리 메뉴를 골라 다니는 재미도 있고 각자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긴테츠 나라역 상가 음식점앞
흩어졌던 아이들이 밥을 먹고 다시 모였다. 대부분 오사카 라면을 먹었단다. 겨우 라면이라니 하겠지만 일본의 라면은 인스턴트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와 달리 거의 요리 수준이다. 돼지국물로 우려낸 오사카 라면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다코야끼로 저녁을 대신 아이도 있다. 오사카 라면을 처음 먹은 아이중에는 배탈이 나는 경우도 있다. 배가 부르니까 모두들 얼굴에 생기가 돈다.
▶도톰보리 금룡 라면집. 밥도 주는 집도 있다.
▶일본은 돈까스 생선 까스 나라다(?)
도톰보리는 1612년 인공수로 공사를 한 ‘야스이 도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수로 곳곳에 작은 다리가 있어 큰 배는 몸체를 물속에 가라앉히고 다닌다. 옛날에는 물자를 실어 나르던 배가 이제는 도톰보리 야경을 줄기는 관광객을 태우고 다니고 있다. 물 위를 한가로이 오가는 수상버스 모습에서 작은 수로 하나로도 얼마든지 사람을 끌어 모울 수 있는 일본인의 숨어있는 지혜와 저력을 엿보게 된다. 수상버스를 타기위해 줄을 서 있는 아이들의 표정 속에는 호기심이 묻어난다. 한강 유람선이나 수상버스나 그게 그거다. 그런데 유람선이라는 이름보다 수상버스라는 말에 아이들은 더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다.
▶ 돈키호테 마트 앞 수상버스 나루터. 낮은 다리를 지나기 때문에 배가 낮다.
수상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이 도톰보리 수로 나무판자에 빙 둘러앉았다. 오늘 하루해가 여느 때 비해 몇 배는 길었으리라. 난생처음 부모님 품을 떠나 외국에 온 아이도 있을 거고 처음비행기를 타 본 아이도 있을 거다. 입에 맞지 않아 다코야끼로 배를 채운 아이는 엄마가 해준 맛있는 음식이 생각날 거다.
▶ 호텔 식당에서 오늘 간 곳과 느낌 적기.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 호텔 방에서 동전 치기를 하고 있다.
낯선 일본 땅에서 저무는 하늘을 보며 생각하는 가족이나 학교 그리고 친구들은 꿈속처럼 아득하게 느껴지겠지... 내일 6시 30분에 일어나서 지하철 패스, 노선도, 물병 챙겨서 7시까지 호텔 식당에 내려와서 아침밥 먹을 것. 모든 것은 스스로 알아서 하기. 우렁찬 목소리에 아이들은 금새 귀를 모은다. 어느새 하루해가 저물었다.
*덧붙이는 글: 도톰보리 수상 버스를 타는 나루터는 돈키호테 간판이 있다. 돈키혼테 간판이
있는 마트는 관람차를 타는 곳이라 멀리에서도 쉽게 찾을 수가 있다.
나라, 히메지를 가다(둘째 날)
돈까스, 생선가스, 야채, 빵 등이 아침 식사로 차려진 호텔 뷔페 음식들이다. 어른들은 그다지 반가울 거 없는 메뉴지만 요즘 아이들 입맛에는 딱이다.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 세대는 서로 소통되는 공통점이 많다. 된장찌개 세대, 햄버거 세대 그래서 그 사이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벽이 있는 것이다. 조용조용 밥을 먹은 모습을 보고 한국에서 왔다는 여행사 직원이 의외의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한국 아이들 맞아요?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는 비결은요? 식당에서 떠들면 그날 용돈이 적다. 오사카는 상업의 도시다.
▶ 호텔 식당. 4일동안 아침마다 돈까스만 먹는 아이들도 있다 대단한 세대 차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지나치게 싫어하는 일본인들이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한국인에 대해서 적은 기사를 본적이 있다. 남을 심하게 배려하는 일본인이 한국 사람보다 가식적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사람도 의외로 많단다.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는 활발하게 생활하는 것도 좋은 거지. 그러니 너무 주눅들지 말고 즐겁게 밥을 먹자.
▶ 상가 앞에서 오늘 갈곳을 찾아보자. 길을 잃어버리면 미아된다.
오늘은 오사카 시내를 벗어나 나라와 히메지를 간다, 우메다 역은 출퇴근 시간에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전철에서 꾸여꾸역 밀려나오는 사람들의 무리를 보면서 저 많은 사람들이 다들 어떻고 먹고 살아가는가 싶다.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문득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우메다 역 둘레는 높은 빌딩과 빌딩 지하로 연결된 상가. 지하철, 전철 노선이 거미줄처럼 엉켜 있다. 사람들이 각자 전철 속으로 건물들 속으로 물처럼 스며들고 있다. 그리고 또다시 파도처럼 밀려나오고 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들의 구두 발자국 소리가 싸우려 나가는 군인들의 군화 발자국 소리로 바꿔 들릴때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환청일까?
▶ 오사카 우메다 한큐 전철역. 사람들이 다 내리고 타는 시간이라 한가롭다
우메다 역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모둠별로 길을 찾다가 두 명이 아이가 전철 타는 곳에 나타나지 않았다. 두 명의 아이가 사라져 버렸다. 역 둘레를 이리저리 찾아보았지만 없다. 시간이 지나도 손에 들고 있는 전화기가 울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남은 아이들은 이제 바닥에 주저앉아 놀이를 하고 있다. 이리 저리 찾다가 꼬박 40분이 흘렀다. 그래도 감감무소식~ 그렇다고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하루 일정을 말아먹을 수가 없다. 전화연락이 있을 거라 믿고 히지메 성으로 출발을 한다.
오사카에서 산요 전철을 타고 히메지를 가다보면 작은 공장과 빽빽이 들어선 집들 사이로 일본 내해가 보인다. 우리나라처럼 조용하고 경치 좋은 곳이면 으례히 자리를 잡고 있는 팬션 같은 것은 볼 수 없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는 자연조차도 부자들의 휴식처가 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펜션을 짓더라도 우후죽순처럼 짓지말고 한 곳에 모은 다거나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연이 개인의 소유개념이 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자손대대로 공유해야할 자산임을 우리는 잊고 사는 것 같다. 그러나 저러나 바깥 풍경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이들은 별 관심이 없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자연보다는 물건이나 사람한테 더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전철 앞 자리에서 보면 바깥 풍경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전철에 타고 있는 일본 학생들의 모습은 우리나라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귀에 엠피쓰리 꽂고 휴대폰을 가지고 노는 것 까지. 그런데 일본 아이들은 피부색이 좀 더 검다. 그것은 생활체육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차장 밖으로 보이는 시골 학교 운동장에 있는 야외수영장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 오사카 시내에 있는 유치원 담장.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인 듯 하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유치원부터 영어 학원을 다니면서 영어를 배우고 글자를 배울 때 일본 아이들은 수영을 배워서 몸을 단련시킨다. 그러면 우리나라 엄마들은 그렇게 말하겠지. 우리아이들도 수영장에 보내서 수영을 시키거든요. 그 뜻이 아니라는 것은 구지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일본 여성들은 파마를 한 모습을 그의 본적이 없다. 관광지에서 파마를 한 여성은 한국 여성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아직 모른다. 아이들은 아이들 모습에 어른은 어른의 모습에 관심을 갖는다,
▶전철 타고 가는 시간은 배낭 여행에서 최고의 휴식 시간이다.
전차가 한 시간 정도 달렸다. 드디어 휴대폰에서 진동이 왔다. 사라진 아이들이다. 전차를 타고 히메지 역에서 내려 히메지 성 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꼼짝 말고 있어라. 우리는 이제부터 걸어서 천천히 갈테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이야기를 했지만 전화를 받고 보니 마음이 놓인다. 처음에 왔을 때 떨면서 제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던 놈들이 이제 제법인데 싶다.
*덧붙이는 글: 히메지 시를 갈려면 우메다 역에서 산요 전차를 타면 1시간 40분 걸린다.
히메지성은 1300년대에 처음 쌓은 뒤, 도쿠가와 이에야스 손녀 딸 히메지를 위해 더 크게 쌓은 성이다.
나무로 지은 것으로 수리도 하면서 잘 보존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천수각 올라가는 중간 중간에 지방 다이묘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새긴 여러 가지 문양의 기와를 볼 수 있다.
김해에서 나온 가야시대 방패 꾸미게 문양도 보인다. 일본의 성은 우선 크기에서 압도당한다. 크다는 것은 무엇보다 기술력과 함께 경제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일본이나 중국의 문화재의 규모가 크다는 것은 강력한 힘과 기술력이 앞섰다는 의미에서 새겨볼만하다.
▶히메지 성 천수각
신간센을 타고 히메지를 지나면서 바라본 밤 풍경 속의 히메지성은 더욱 인상적이다. 오사카성과 견줘 볼만한 성이다.
히메지성 옆에는 동물원이 있다. 일본을 다니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 곳곳에는 동물원과 식물원이 많다. 그리고 정원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문화권이 다르지 않지만 실제로 다른 점이 많다. 일본이 공익을 우선하는 것에 비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은 개인주의적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최대한 넓혀서 그 안을 아름답게 꾸며놓고 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일본은 개인이 소유하는 집은 넓지 않지만 공공시설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함께 즐긴다. 내 것에 집착하다보면 공공의 것에 무심하기 쉽다. 그것은 쓰레기 하나를 생각없이 버릴 수 있는냐 마느냐의 차이로 이해하면 된다. 개인주의가 삶의 방식을 좀 더 물질적이고 이기적으로 흘러갈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일본의 그런 문화는 바람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천수각을 올라 가는 길은 달팽이 길이다.
히메지 시는 과자와 함께 자전거 도시로 유명하다. 해마다 벚꽃이 필 때면 히메지 시에서는 과자 축제도 함께 열린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히메지뿐만 아니라 일본은 자전거와 전철역의 문전연결성이 대단히 잘 되어 있다. 창원에서도 최근 자전거 타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면서 이곳을 베치마킹 하기 위해 견학을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산요히메지 옆에는 JR히메지 역이 있는데 JR히메지 역 안내 센타에 가면 자전거를 무료를 빌려주는 증명서를 내어준다. 히메지 성 쪽으로 500M 쯤 못 미쳐 지하도 안에 자전거 주차장이 있다. 여기서 자전거를 빌려서 타고 히메지 성을 둘러보면 좋다. 미성년자는 안 빌려주는 게 약간 흠이다.
▶히메지 시내 자전거 보관소. 자전거가 지하로 오르내리기 쉽게 자전거 길을 만들어 놓았다,
히메지성은 2차 대전 때 미군 비행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검게 칠해진 망을 덮어 씌워 공격을 피하기도 하고, 기울어져 가는 망루를 보존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쓸 만큼 공을 들인 성이다. 어이없는 화재로 허망하게 불탄 숭례문을 생각하면 애국자가 아니어도 열이 솟구친다.
2009년에는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계획 중이라니 달리 선진국이 아니구나 싶다. 문화재 보호는 말이 아니라 노력과 행동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천수각 나무집을 타고 올라가면서 히메지 시가지와 천수각 안에 전시된 일본 유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천수각 꼭대기에는 히메지 성을 보호 해주는 신을 모신 신사가 있다. 우리나라 절에 있는 가람각과 비슷한 느낌이다. 천수각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흘린 땀을 식히고 또다시 왔던 길을 조심조심 되짚어 내려간다.
▶히메지성 천수각 통로. 아이들은 미로를 좋아 한다.
다음 목적지인 나라로 가기 전에 공원에서 일본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도시락하면 간단하게 요기하는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일본의 도시락은 가격별로 메뉴나 질이 천자 만별이다. 일본 사람들은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대충 먹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에 비해 우리는 제대로 대접을 받았다고 하면 적어도 수 십 가지 반찬이 올라오는 한정식을 떠올린다. 얼마 전 잔반 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웠던 일을 생각하면 음식에 대한 기본 생각이 우리와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도시락이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은 식당가서 밥을 사먹고 와도 좋다고 했더니 모두들 도시락을 맛있게 먹는다.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도시락 가격이 조금 싸겠지요. 아이들이 벌써 돈에......,
그러나 도시락 용기를 대부분 화학 재질을 사용하면서, 분리 수거는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다. 분리 수거는 우리나라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히메지 성 입구에 있는 공원 의자
*덧붙이는 글: 히메지성에서 나와 한 블록 지나면 왼쪽에 이글 히메지 빌딩이 있다. 이 빌딩 2층에는 작은 온천(반슈시라사기노유)이 있는데 온천 창밖으로 히메지 성을 바라 볼 수 있다. 한 여름에는 쉬는 경우가 있고, 아이들은 보호자가 없으면 입장을 할 수 없다. 오전에 나라에 갔다가 저녁에 히메지성을 찾는 일정을 잡는다면 이글 히메지 빌딩 안에 있는 반슈시라사기노유 온천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히메지 성을 갔다가 고베로 가기도 한다. 고베는 야경이 아름다워 선남선녀들은 좋아 하지만 아이들은 인기 있는 곳은 아닌 것 같다. 히메지 성을 둘러보고 신카이치역에서 전철을 타고 꼬불한 산길을 따라 아리마 온천도 가기도 한다.
**인물 사진을 허락없이 올렸습니다. 나쁜 사진이 아니니 이해 해주세요.
일본 간사이 배낭여행 3편으로 이어집니다.-굴렁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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