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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이들과 함께 떠난 일본 간사이 배낭 여행기 4

갈밭 2009. 12. 1. 16:38

♥ 아이들과 함께 떠난 일본 간사이 배낭 여행기 4 ♥

 

 

절에는 많은 문화재가 있다.

 

다음 찾아갈 곳은 산쥬산겐도(삼십삼간당)와 교토박물관 그리고 귀 무덤이다. 세 곳은 모두 붙어 있다. 산쥬산갠도를 보면 불교 문화권인 아시아 문화의 특징이 피부로 느껴진다. 본당에는 중생의 고통을 구석구석 살피고 덜어 주는 천수관세음보살 한 명이 앉아 있고 그 옆으로 서 있는 관세음보살이 1000개가 있다. 그래서 모두 1001개다. 집 길이가 118m나 되는 세계에서 긴 건물로서는 으뜸이다. 지진을 견디기 위해 기초 공사부터 아주 튼튼히 했다고 한다. 대단한 규모도 그러하거나와 공법의 꼼꼼함에 입이 절로 벌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저렇게 오랜 된 관세음보살 조각상 한 개만 해도 보물이 된다. 부럽다...

 

 

 

        ▶ 교토 삼십삼간당. 옛집은 기둥과 기둥 사이를 한 칸이라고 한다.



산쥬산겐도 맞은편에 있는 교토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은 한 번 가서 모든 유물을 다 볼 수 없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봐야 오히려 기억에 남는다. 교토박물관에는 사무라이들이 들고 설쳤던 일본 칼과 화려한 기모노가 전시 되어있다. 아이들은 불교 유물보다는 기모노와  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색다르기 때문이다. 교토 명성에 견줘서 교토 박물관이 유물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기모노나 일본 칼처럼 특색있는 유물이 전시되어 있어 보는 즐거움이 크다. 귀무덤(미미자키)에는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지만 귀무덤 옆에 있는 교토 박물관을 들리는 사람들은 적다. 일정 탓이라기보다는 재미에 밀려서 일 것이다. 박물관이 사람들에게 좀 더 친숙한 장소가 되면 여행도 한결 다양하고 풍부해질 것이다.

 

 

 

  교토박물관.

 


 

교토 박물관 위로 푸른 하늘에 걸린 흰 구름이 따가운 햇살 속에 여유롭게 떠 있다. 박물관 옆에 토요토미 히데요시 신사가 있고 신사 왼쪽에 귀무덤이 있다.

 

 

 

교토 토요토미 신사.  신사 입구에 있는 도리는 우리나라 홍살문과 비슷하다.

 

 

그 곁에 ‘내가 조선을 정벌하고 명나라로 나아가 인도까지 정벌하기 위한 야망을 꿈꾸며 조선과 전쟁을 해서 얻은 전리품 조선인의 귀와 코다.' 라고 외치던 토요토미 히데요시 무덤이 나란히 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야망에 짓밟힌 조선인의 억울한 원혼도,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이룰 수 없는 허황된 집착과 욕망도 이제 다만 침묵으로 남아 있다. 사람들이여 우리가 그토록 집착하는 모든 것들이 이처럼 허망한 것을... 조금씩 비우고 조금씩 버리고 사는 연습을 하자. 불운한 역사는 오늘날 우리에게 또 다른 물음을 던져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교토 귀코무덤

 

 


점심때지만 귀무덤 둘레에는 주택가라 식당이 적다. 귀무덤 맞은편에 있는 우동 집에 가서 일본 우동을 먹는다.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운영하는 우동, 소바집이다. 우동을 시키면 우동뿐이다. 단무지를 달라고 하면 새끼손가락 보다 가늘고 길이가 아주 짧은 단무지 세 개를 주면서 서비스라고 강조를 한다.  허 허 ~

 

 

 

 

교토 귀무덤 맞은편에 있는 우도, 소바바집. 먹고 있는 것은 지루 소바다.

 

 

우리 동네 수제비 집에 가면 잘 익은 깍두기와 배추김치 단무지가 무제한 셀프다. 음식을 남기지 않게 하는 좋은 습관이기도 하지만 그게 늘상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아이들은 서비스로 준 세 가닥 단무지에 차마 손을 대지 못하고 젓가락만 빨고 있다. 인정머리 없기는...

 

 

 

 

여학생이 먹고 남긴  건더기에 젓가락 싸움을 하는 남학생들

   우동 한 그릇으로 한 끼를 견디라니...,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귀무덤 옆에 산다는 일흔이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분이 지팡이를 짚고 나오면서 한국에서 왔냐며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묻는다. 한국 드라마가 좋아 센타에서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배용준 씨가 한국을 일본에 알린 공은 크다. 일본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묵어 있던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데 그만한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에서 새삼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힘을 느낀다. 배용준 씨가 죽으면 신사도 세울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청수사 가는 길에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 ‘유 욘사마’ 라고 하니 택시비를 10엔을 깍아 주더라고 아이들이 침을 튕기며 자랑을 한다. 대단한 배용준 욘사마다



키요미즈데라까지 택시로 간다. 알다시피 일본 택시 요금은 살인적이다. 어지간하면 택시는 안타는 게 남는 장사다. 청수사 가는 길이 오르막이라 땀 뻘뻘 흘리며 올라가면 기운이 다 빠져버린다. 아침에 나눠준 용돈을 십시일반하면 걷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낫다. 체력 관리 차원이다. 그런 속을 숨기고 아이들에게 일본 택시도 타 보는 게 체험이라고 생색을 낸다. 아이들은 다들 싱글벙글 한다. 시원한 에어콘이 나오는 택시 안은 천국이 따로 없다. 택시를 타기 전 일본에서 유명한 MK 택시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들은 재미있게 듣는다.

 

 

  

 

교토 MK 택시(빌려온 사진임)

 


유봉식 회장은 고향이 전남 해남인 재일교포 출신의 성공한 기업가다. 배타성이 강한 일본에서 독특한 경영 철학으로 MK 택시를 최고의 택시회사로 키워 놓았다. MK회사가 오늘날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친절과 저렴함. 다른 회사에 비해 ‘할인은 크고 할증은 작게’라는 저가요금 원칙을 지키고 있다.  할증의 경우도 다른 회사에 비해 할증 폭이 작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던 이 원칙은 그대로 적용이 된다. 가격이 싸고 품질이 좋으면 성공을 하게 된다. MK회사의 성공을 통해 새삼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게 된다. 

 

 

 

 

  교토MK 택시 본사 건물(빌려온 사진임)


청수사 입구에는 나무로 만든 탑이 불그스레한 단청 옷을 입고 서 있다. 중국에는 벽돌탑,일본에는 나무탑, 우리나라 돌탑이 많다. 나무로 만든 청수사 오층탑을 보면서 고려 때 몽골군이 불태운 경주 황룡사 9층 목탑 위용을 떠 올리게 된다.

 

 

 

  청수사 삼층 목탑. 단청이 중국처럼 붉다

 

청수사는 언덕에 기둥을 세우고 몇 백 명이 앉아서 법회를 볼 수 있는 난간이 만들어져 있다. 일본은 백제기술자들이 전해준 건축 기술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었다. 모방을 승화시킨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아이들에게 우리의 기술과 문화를 일본에 전해주었다고 설명을 하면서도 막상 일본의 문화재를 보면 우리가 더 분발해야겠다는 위기감이나 부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내려가서 청수사 본당 건물 난간을 받쳐 주는 기둥도 꼭 보자.

 

 

 

  교토 청수사.

 

 

 

 

▶교토 청수사 옥환장 같이 생긴 지팡이?

 

 


청수사에 있는 물은 연명수라고 하여 수행자가 즐겨 마셨다. 워낙 물이 맑아서 키요미즈데라는 절의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세 갈래로 갈라지는 물줄기는 불, 법, 승으로의 귀의 또는 행동, 언행. 마음을 닦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부여 고란사에 있는 고란정 물처럼 마시면 젊어지지는 않을까?

 

 

 

 

  교토 청수사  물. 많은 사람들이 청수가 가면 꼭 찾는 곳이다.

 

 

사람들이 많을 때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물맛을 볼 수가 있다. 질서를 무시하고 새치기 하는 몇몇 한국 사람들 때문에 일본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 때가 있다. 안 그랬으면 좋겠다. 간혹 그런 우리나라 사람을 보면 아이들한테 부끄러워진다.

청수사 입구에 길게 늘어서 있는 상점마다 도자기를 비롯해서 온갖 물건들이 쌓여 있다. 볼거리 들이 풍성하다.

내려가면서 구경도하고 일본 떡도 시식 코너에서 먹어보자.

 


 

 

교토 청수사 나가는 고세 있는 계단. 수수께끼로 정리하는 시간. 외국인도 함께 했다.

 

 

청수사에서 내려와 서둘러 100번 버스를 타고 은각사(긴카쿠지)로 향한다. 은각사는 관음보살을 모신 절이지만 일본 정원의 형태를 하고 있다. 화려한 금박으로 유명한 킨카쿠지(금각사)와 발음이 비슷한 긴카쿠지는 1482년 무로마치 막부의 8대 장군이었던 아시카가 요사마사가 만든 별장이었다. 그래서 절 분위기가 아니라 정원의 분위기다. 일본 절 분위기는 우리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생각이다.

 

 

  교토 은각사 전체 모습

 

 

 

 일본 정원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진다. 가레산스식은 물과 나무를 사용하지 않고 돌과 모래만으로 산수를 표현한 정원이다. 바위들은 산과 폭포를 뜻하고 흰모래는 바다를 뜻한다. 회유식은 봉건 영주를 위한 정원으로 거대한 바위와 나무가 경관을 재현하는데 쓰였으며, 사람들은 정원을 걸어 다니며 중앙의 연못을 감상하였다.

 

 

  교토 은각사  모래정원

 


처음 보는 사람은 모래로 쌓아 올려 다듬은 정원 모습에 감탄을 한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낙엽, 이끼까지 사람들 손으로 일일이 다듬었다. 정리 정돈 잘 된 일식집 가든에 온 느낌이다. 너무 깨끗하면 보기는 좋지만, 계속 지내기에는 마음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경주 양동 마을 언덕 위에 짓은 기와집을 보라! 풀꽃을 벗 삼고, 문 밖으로 보이는 것 모두가 뜰이 되는 우리나라의 자연친화적인 정원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중국 정원은 흙과 돌을 가져와서 인공 산과 봉우리를 만들었다. 엄청난 규모로 만들어 놓은 중국의 정원과 일본의 정원은 크기는 다르지만 느낌은 비슷하다. 자연과 조화롭게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정원이 훨씬 더 정감 있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일까! 

 

 

 


 

 

교토 은각사

 

 

*덧붙이는 글: 교토는 도시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문화재에 관심이 많다면 하루 정도는 일본 민박집에서 머물면서 느긋하게 구경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른 아침, 늦은 저녁 시간에 시내를 걸어면서  옛 도시 교토를 느껴 보자.

 

**인물 사진을 허락없이 올렸습니다. 나쁜 사진이 아니니 이해 해주세요.

     일본 간사이 배낭여행 5편으로 이어집니다.-굴렁쇠

출처 : 체험학습굴렁쇠
글쓴이 : 갈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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