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는 이야기

돌장승이 신종풀루를 막아줄까?

갈밭 2009. 12. 9. 21:31

 

옛 어른들은 어리버리 하는 사람을 벅수 같다고 했다.

나도 어릴적 "에이 벅수 같은 놈아" 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고 자랐다.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른들이 벅수라고 이야기 할때는 진짜 생각이 뒤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영악하지 못해 자기 몫을 챙기지 못할때 벅수라고 이야기 하는때가 많았다.

그럼 벅수는 결코 모자라는 사람일까? 그렇지 않다.

진짜 벅수는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여럿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나눔을 아는 사람이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 '먼저 앞에 나서지 마라.'  '줄을 잘 서야 한다.' 옛 어른들에게 한 번쯤을

들어 본 이야기다.

잘못된 것을 제대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사회가 올바른 사회임에도 우리는 그런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고,

잘못된 것을 앞서 이야기 하면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 받아왔다.

벅수를 왜곡시켜 온 것이다.

 

 

~경남 창녕 관룡사 들머리에 있는 돌장승. 남녀 한 쌍으로 되어있다.

 

 

 ~왼쪽은 이가 밑으로 나 있고, 오른쪽은 이가 위쪽으로 나 있다. 밑으로 나있는 것은 땅, 여자를 뜻하고, 위쪽으로 나있는

것은 하늘로 남자를 뜻한다.

 

 

 

벅수를 장승이라고도 한다.

장승은 10리 마다 세워서 길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을 하기도 했다.

요즘에 유행하는 신종풀루가 한 마을을 덥칠 경우에는 속수무책이였던 것이다.

그래서 마을에 가장 큰 재앙은 뭐니뭐니 해도 전염병이였다.

 

나무로 만든 장승이 언뜻보면 무섭게 생겨지만 자세히 보면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느껴진다.

덩치가 크고 무섭게 생긴 사람일 수록 알고보면 마음이 여린 경우가 많다.

장승은 마음이 나쁜 사람들이나. 사람을 해치는 잡귀들은 무서워 할지 모르나

마음이 선량한 사람들에게는 마음넓은 옆집 아저씨인 것이다.

제주 돌하르방도 창녕 관룡사 입구에 있는 돌장승도 모두  선량한 사람들에게는

마음 넓은 옆집 아저씨고, 할아버지다.

 

만일 요즘에 돌장승을 세운다면 어디에 세우면 좋을까?

백성과 소통하지 않고 자기 고집을 피우면서 어거지 정치를 펼치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 앞에 세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면 돌장승 인형을 만들어 휴대폰 고리라도 만들어 볼까?

그러면 신종풀루라도 달아 날까?

 

 

 ~제주도 돌하르방 공원에 있는 돌하르방 돌 장승과 비슷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