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과 아이들

아이들과 절에 갔다.1

갈밭 2010. 10. 13. 07:52

산을 오르다보면 아늑하거나 풍경이 좋다는 곳에는 절이 자리 잡고 있다. 내가 믿는 종교와 상관없이 절을 우리 문화재가 있는 박물관이라고 생각하면서 봐도 된다.  우리나라 국립 박물관에는 불교에 관련된 유물이 없는 곳이 없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에도 불교 유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문화재와, 아시아 문화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교 문화재를 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 필수 이다. 

 절을 잘 활용만 하면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살아있는 교육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다니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것을 옮겨 본다.

 

 

 

절을 많이하면 소원을 들어 준다고 해서 절이라고해?

 

가을이다. 주말에 집에만 있기에 너무 아까운 시간이다.

"얘들아  놀러 가자" .

 "아빠 어디를?".

"양산".

어쩐일인지 아이가 오늘 안간다는 말보다 어디를 가느냐고 먼저 묻는다.

 "그럼 통도 환타지아 가는거야?"

"야! 아빠가 그런데 가는 것 봤어?

이번에는 딸이 나섰다.

"음 양산은 양산인데, 통도사 둘레 길을 걷고 통도사를 가기로 했어."

"밥 뭐 살줄 건데?"

" 너 먹고 싶은 것."

"야 너는 먹는 것 밖에 모르나?"

딸이 동생에게 핀잔을 준다.

"옷 갈아입고  지하주차장으로 나온나." 

 

양산 통도사는 우리나라 큰절로 이름난 세 곳 중에 한 곳이다. 통도사에 딸린 작은 절도 많다. 그 작은절 마다 각자의 멋을 자랑한다. 통도사는 절의 교과서라고 할 정도로 있을 것은 다 있다.

 

"아빠! 그런데 왜 절이라고 해?"

아이들이 말 뜻을 묻는 질문이 가장 답하기 힘들다. 쉽게 말뜻을 알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오랜 세월속에서 전해 내려온 과정에서 여러차례 바뀐 것이 많다. 그래서 추측만 하는 것도 있어, 일일이  다 알 수도 없는 일. 그런데 아이들은 그런 것에 대해 꼬치 꼬치 묻기도하고 가장 먼저 묻는 물음이기도 하다.  나중에는  '절이니까 절인거지?' 하는 다소 짜증섞인 답을 하기도 한다.

어른들도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괜한 자존심 세우다보면 성질 나쁜 어른으로 인식 될수 있다. 이럴때는  아이들에게 답을 구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럼 아이도 모르고 어른도 모르면 서로 합의해서 정하면 된다.

' 절을 왜 절이라 할까 너 생각을 얘기 해봐라.  모르면 우리 방식대로 익히면 되지 뭐.'

 그리고 집에 와서 책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면 된다.

 

"아빠  사람들이 자기 소원을 들어 달라고 절을 많이 해서 절이라고 하는 것 아니야?"

"딩동댕~ 그래 맞다. 절은 절을 많이해서 절이라고 해."

"아빠 진짜야?"

"그래.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그냥 절을 많이 해서 절이라고해."

"정말 믿어도 돼?"

딸이 못믿겠다는 투로 묻는다.

" 그냥 쉽게 가자. 절은 절을 많이 해서 절이라고 해."

"아빠 절을 사찰이라고도 하잖아. 그럼 왜 사찰이라고해?

이제 물음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시작이 좋다.

"오늘은 절에대해 기본만 하고 가자, 저기 나무그늘에 잠깐 쉬면서 얘기할까. 삼국시대에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온 아도화상이라는 스님이 경상도에 있는 '모례'라는 사람의 집에 살았대. 그래서 불법을  듣기위해 모례집에 가자는 말이 '털례'가 변해서 털, 절로 되었다고해.  일본말로 절을 '테라' 라고도 하잖아. 중국말로 절을 사(寺)라고 하는데, 이 절 '사'자를 보면 흙이라는 뜻의 '토' 자와 마디'촌' 자가 합해져 만들어진 글자이지. 인도 스님이 중국에 불법을 전해주기 위해 중국에 살았던 집이 땅을 재고하고 하는 관청이였는가봐. 그래서 절을 '사' 라고 했다고해. 사찰에 찰은 깃발을 세워 놓은 집이야는 뜻이지. 찰이 절로 변했다는 얘기도 있어" 

" 아빠 그런것을 어떻게 다 알아?"

"야 그거야  책에서 읽었지. 너도 책좀 읽어라"

아들의 질문에 딸이 대신 답을 해준다.

"누나는 내 책읽는 것 하고 무슨 상관인데?"

 

당간은 국기게양대와 비슷하네?

 

"야 됐다. 저기 개울가옆에 서있는 돌 기둥 봐라.뭐 같이 생겼니?

"어디? 어디."

"저기 돌 기둥처럼 생긴것 두 개가 있잖아?"

"응 저거 굴뚝 아니야?

" 야 집도 없는데 저곳에 굴뚝이 왜 있겠니?"

" 그거야 옛날에는 굴뚝이 있었는줄 누나가 어떻게 알아?"

"가까이 가서 보자."

"돌 기둥이네. 와 크다."

"이것은 돌로 만든 '당간' 이라고해?"

"안내판에는 '석당간' 이라고 해놓았는데."

"아이참, 석당간이 돌당간이라는 뜻이잖아?"

딸아이가 또 동생에게 핀잔을 준다.                       

"굴뚝은 아닌 것 같고, 아빠 이것은 뭐 하는 것인데?"

"음, 절을 표시하는 깃발을 다는 기둥이야. 너희들 학교에 있는 국기게양대 하고 비슷한 것이지. 여기는 부처님이 사는 신성한 절이라는 표시를 멀리서도  볼수 있도록 한 거야."

"아빠 옛날 삼한 시대 마을에 세워둔 '솟대'와 비슷한 거야?"

"아빠 솟대가 뭐야?

" 야 너는 솟대도 모르나?"

" 모를 수도 있지~ 누나는 그럼 모든  것을 다알아?"

"야 그만해라. 그래 어쩜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을 하는 솟대와  비슷 하지. 솟대는 오리를 깍아 나무 끝에 달지만. 당간에는 깃발을 달지. 나중에 사천왕문에 깃발을 들고 있는 사천왕이 있는데 그것은 '당번' 이라고 하지 너무 어렵나? 하여튼  절 입구에 깃발을 달기위해 세워둔 기둥은 당간이라고 하고, 당간을 받쳐주는 것은 당간기둥 이라고 해. 당간은 없고 당간기둥만 있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옛날에 절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돼."

"아빠 그럼 돌로 만든 당간만 있어?"

"아니  철로된 당간도 있어, 돌은 오래가니까 많이 남아있고. 대신 철은 다시 녹혀 사용하기 좋으니까 절이 없어지면 가장 먼저 가져가는것 중에 하나가 철당간이겠지. 일본이 우리나라를 빼앗아 미국과 전쟁을 치룰때도 절에 있는 철당간을 빼앗아 간 경우도 있었데. 지금은 기계로 돌을 다듬지만 옛날에는 일일이 망치와 정으로 다듬었겠지. 얼마나 공을 많이 들여겠니. 그리고 저 정도의 높이가 될려면 땅 속에도 깊이 들어가야 했겠지 "

"아빠 석굴암 부처님도 불국사도 노력이 많이 들어간 거지?. "

"그렇지. 몇 십년동안 걸쳐 지은 절이야. 훌륭한 작품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않는거야. 저기 갔다 가자"

"어디?"

 

 

 

 

 

                 ~통도사 돌당간.                                      ~법주사 쇠당간

 

 

 

탑은 부처님 무덤, 부도는 스님의 무덤

 

"아빠 여기는 왜 돌로 만든 종이 이렇게 많아?"

"여기는 '부도원' 이라는 스님들 무덤들이야."

"스님들 무덤, 그럼 스님들 공동묘지라는 말이야."

"스님들이 삶에 대해 부도를 많이내서 스님들 무덤을 부도라고 그래?"

"왠 부도?"

"공장하다가 망하는 것을 부도라고 하잖아?"

"아하~ 음은 같아도 뜻은 완전히 달라. 불교에 쓰는 말들이 인도에서 중국으로 거쳐오다보니 중국말로 음만 빌려쓴 것들이 많거든."

"너무 복잡하다."

"스님을 '승' 이라고 하잖아. 그래서 승님, 승님하다가 스님으로 된거고, 탑은 부처님 무덤이거든. 스님의 무덤은 승탑이 되는 거지. 그래서 승탑이라는 말과 부도라는 말이 같은 말이야."

"아빠 그런데 왜 다들 종모양이야?"

"모두가 종모양은 아니고, 조선시대에는 부도 모양을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서 그래. 화려한 장식을 생략하다보니 종모양이 된거야."

"돌로 만든 것이라서 진짜로 오래 가겠다. 아빠, 여기에는 비석도 있네."

"그래 비석이다, 비석을 받치고 있는 동물이 뭘까?"

"음 거북이."

"그럼 왜 비석밑을  거북이가 받치고 있을까?"

"스님들이 거북이를 좋아했나?"

"야~ 스님들은 고기를 안 먹잖아."

"혹시 알아 거북이를 애완 동물로 키웠는지."

"그럼 너가 한 번 알아 맞춰봐라? 힌트는 거북이 특징을 생각을 해보면 알수 있어. 생각 하면서  일주문으로 가보자"

 

 

  ~통도사 부도원

 

 

~국립대구박물관 '용머리 당간'. 당간 꼭대기에 달았던 장식

 

~계속 이어갑니다.(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