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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의 무덤이 고인돌이네~

갈밭 2011. 4. 29. 10:16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노무현 대통령의 유언줄에 한 부분입니다. 이 유언에 따라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儉而不陋, 華而不侈)’ 는<백제본기>에 나와 있는 옛 말을 빌어 넓고 펑퍼짐한 바위인 너럭바위로 묘를 만들었습니다.

 

옛 시골 정자나무 곁에도, 산에서 나무를 해오면서 나무짐을 내려놓고 쉬던 곳도 너럭바위였습니다. 너럭바위는 그렇게 오랜 세월을 뭇 백성들의 쉼터가 되어 주었습니다. 너럭바위는 모든 시름을 다 안아 줄 것 같은 어머니 품같다고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봉하마을 노 대통령의 묘를 처음 찾는 사람들 중에 너럭바위 모양을 보고 묘가 어디있냐고 가끔 되묻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무덤하면 둥근 봉분이나, 위로 솟은 비석을 많이 봐온터라 땅에 펑퍼짐하게 누워 있는 너럭바위가 무덤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무덤을 찾은 초딩들에게 물어보면, ‘고인돌’ 이라고 의외로 쉽게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주5.18민주묘지에 있는 추념문

 

 

고인돌 하면 탁자 모양을 하고 있는 강화도 고인돌을 먼저 떠 올릴 수가 있을 것입니다. 고인돌이 떼로 있어 세계 문화유산을 등록되어 있는 고창 고인돌은 남방식이라고 하여 받침돌이 없고 땅 위에 놓여져 있습니다.

고인돌하면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무덤 중 가장 오래된 무덤중의 하나이고, 돌로 받친 무덤, 즉 고였다고해서 고인돌이라고 붙인 이름이지요. 아이들과 함께 노 대통령 무덤을 찾았을때 고인돌과 연관 시키면 들려줄 얘기가 많습니다.

 

 

초딩 수준에서 몇 가지 더 해 보겠습니다.

고인돌은 움집, 청동칼과 함께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이지요. 고인돌이 떼로 지어 있는 것을 보고, 우두머리뿐만 아니라, 보통 백성들도 고인돌 무덤을 썼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죽은 사람마다 돌을 캐와 무거운 돌로 무덤을 만들었다면, 백성들이 감당해야할 부담이 컸겠지요. 보통 백성들까지 모조리 무덤을 크게 만들면 이 땅은 산 사람의 땅이 아니라가 죽은 사람의 땅이 되겠지요.

 

 

크레인도 없던 시절 무거운 돌로 왜, 무덤을 만들었을까요? 이런 질문을 하니까 초등1학년 학생이 이런 답을 했습니다. "죽은 사람을 밖에 내버려 두면 썩어 냄새 나잖아요." 했습니다. 정말 맞는 답이다 싶었습니다. 날씨가 건조한 지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새의 먹이가 되도록 들판에 두는 경우도 있다고합니다만, 고온 다습한 지방에 이렇게 할 경우에는 냄새뿐만 아니라 병균이 옮기기 때문에 위생에도 아주 좋지않겠지요.

죽은 사람의 무덤을 만든 것은 함께 살았던 애틋한 마음으로 오래 하고 싶은 마음과, 죽어서도 새로운 세상에 다시 살수 있다는 믿음으로도 무덤을 만들었겠지요.

 

 

 

                               ~봉하마을 노 대통령 추모관

 

사회가 커지고  나라 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하자 재물을 서로 빼앗는 전쟁을 하게 되고, 땅을 빼앗은 사람은 자기 조상을 더 좋은 땅에 모시기 위해 기존에 있던 묘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김해 대성동고분 바깥전시장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전쟁을 하게 되면 이기는 쪽과 지는 쪽은 늘 원수 처럼 지낼수가 있고, 이런 감정이 자손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비록 죽은 사람이지만 자기 부모형제를 죽인 사람을 좋게 볼 수가 없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죽은 사람이 있는 묘를 파헤쳐 복수를 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입니다. 평소때 자기에 잘 대해주었던 사람의 무덤을 지나게 되면 들국화 한 송이라도 꺽어 놓고 가지만, 자신을 괴롭힌 사람의 무덤을 볼때는 좋은 감정이 생길 수가 없는 것이겠지요.

 

어떤 사람은 고인돌 무덤은 전쟁을 많이한 시대의 유물이 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 무덤이 그런 뜻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는 아닐 것입니다. 노 대통령 무덤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은 애틋한 마음 때문에 찾게 되지요. 하지만 노 대통령의 추모하는 많은 사람들을 시샘을 해서 노 대통령의 묘를 해코지 하는 일도 생겨 언론에 보도가 된 적이 있지요. 지금이 청동기 시대도 아닌데 하는 안타까움 마음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노 대통령의 너럭바위 위에 쓰인 글에 대해 얘기 하겠습니다.

‘성헐’ 이라고 해서 바위에 작은 구멍을 내어 놓은 고인돌이 있습니다. 이 모양을 보고 별자리 모양이다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의 옛 조상들은 북두칠성 비롯한 별자리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주로 수명장수를 기원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절에는 북두칠성이 부처님 모습으로 하고 있는 칠성각이 있습니다.

 

노 대통령 무덤인 너럭바위에도 지관 스님이 썼다는 ‘대통령 노무현’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 앞 내후성 강판에는 ‘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다.’ 라는 글이 신영복 선생님의 글씨로 새겨져 있습니다.

위 글 중에 초딩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는 단어가 ‘보루’입니다. 보루는 적을 공격을 막기위 성처럼 튼튼하게 쌓은 곳이고 적으로부터 마지막까지 저항하기 위해 만든 곳이지요.

 

보루하고는 조금 다르지만,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 수군 기지에서 만든 것이 수로입니다. 이 곳에서 ‘한산섬 달 밝은 밤으로~’ 시작하는 시를 짓기도 했지요, 몇 년전에는 서울 용산에서 경찰들의 무차별 진압으로 철거민들이 망루에서 아까운 목숨을 잃은 적이 있지요.

 

지금도 곳곳에서 지켜야할 민주주의와 만들어야할 민주주의 때문에 보루에서 치열한 싸움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의 무덤을 단순히 고인돌이라고 하기에는 우리 현실에 대해 할 말이 많고 할 일도 많은 것 같습니다.(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