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주민들은 그동안 명백한 대안을 제시하며 이 사업을 재검토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우리 지역만은 무조건 안 된다거나 보상금을 더 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분신자결을 보도하는 언론 대부분은 주민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중심으로 송전탑 건설 사업의 근본을 살피기보다 사람들의 눈과 귀가 쉽게 집중되는 보상 문제만 언급하는 모습이다.
주민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이런 것이다.
그동안 한전은 신고리원전 1·2호기에서 만든 전기를 빨리 보내야 한다며 765㎸ 송전탑 건설을 재촉했다. 제때 보내지 못하면 하루에 28억원이 손해난다고 주민들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신고리 1·2호기 완공 뒤 손해는커녕, 거기서 생산한 전기를 증용량 전선으로 보내고 있었다. 증용량 전선이란 송전탑을 새로 세우지 않고 이미 세워져 있는 송전탑에 전선을 교체해 보내는 방식이다. 그런 방법으로 전기를 보내고 있는 걸 주민들이 알아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신고리원전 3호기가 곧 완공되기 때문에 송전탑을 빨리 세워야 한다며 또 밀어붙인다. 하지만 2013년에 완공되는 신고리원전 3호기뿐 아니라 2014년에 완공되는 신고리원전 4호기에서 생산한 전기도 증용량 전선으로 보내면 되는 일이다.
한전은 또 말한다. 신고리원전 5·6호기 때문에 765㎸ 송전탑을 꼭 세워야 한다고. 5·6호기는 아직 승인도 나지 않은 상태이고, 설사 승인이 나서 세운다 하더라도 2019년쯤에나 완공된다고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전세계에 원전 반대 물결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 이 시점에 5·6호기 원전 건설이 예전처럼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건설된다 하더라도 그때는 초전도케이블을 통해 전기를 보내면 된다.
초전도케이블은 환경 파괴나 전자파 피해가 전혀 없고, 많은 전력을 멀리 보내도 전력손실이 없어 ‘꿈의 케이블’이라 불리고 있다. 마침 올해 함양~울산 고속도로 공사가 시작될 예정인데 그 공사 때 초전도케이블을 넣을 관로를 함께 묻는다면 비용을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이 내놓는 이런 대안에 대해 한전은 ‘시기상조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똑같은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2011년 3월에 이미 한전과 엘에스전선은 원자력발전소 1기에 맞먹는 전력을 보낼 수 있는 154㎸, 1GVA급 초전도케이블 개발을 끝냈고, 2016년이면 미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신고리원전 3·4호기 생산전력은 기존 송전탑을 이용한 증용량 전선으로 보내고, 5·6호기는 승인이 난다 해도 2019년쯤에야 전력생산이 가능하니 그때는 초전도케이블로 보내면 되는 것이다. 초전도케이블이 상용화되면 비용이 절반 이상 떨어지니 비용도 훨씬 절감할 수 있다.
결국 의지가 문제라고 본다. 50년 넘도록 농촌 주민들 재산과 목숨과 조망권을 무자비하게 빼앗아온 송전사업 방식을 바꾸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대안도 있는데 왜 못하겠는가? 이 나라 남쪽 산천과 농토에 100m짜리 죽음의 철탑 162개를 빽빽하게 세우고 나서야 ‘이제부터는 철탑 대신 초전도케이블로 전기를 보내겠습니다’ 할 것인가? 그때 가서 우리 주민들은 이 땅에 세워진 마지막 초고압 철탑 흉물을 기념비 삼아 바라보며 살아가야 하는가?
이승희 경남 밀양시 상동면 옥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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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문명이라고 해도 사람의 건강과 목숨을 앗아갈 문명이라면 거부 하겠습니다.(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