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과 아이들

성폭행으로 죽음을 당한 밀양 아랑이

갈밭 2009. 10. 15. 15:04

 

 

 

 

어린 여자아이를 무자비하게 성폭행 했던 조두순 사건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람으로 과연 저럴 수가 있을까? 하는 탄식의 소리도 많이 나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알게 모르게 길들어왔던 성의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서, 밀양에 전해 내려오는

'아랑이' 이야기를 하고자합니다.

 

 

 

  *왼쪽부터 논개, 춘향이, 아랑이  영정입니다.

 

 

 

먼저 전해내려오는 아랑이 이야기를 간단히 살펴보자.

임꺽정이가 활약을 하던  조선 명종때, 밀양 부사에게는 윤정옥(또는 동옥)이라는 어여쁜 딸이 있었다.

밀양부 관에서 일하던  주기라는 못되 먹은 남자가 있었다.

주기라는 남자는  아랑이의 유모의 도움을 받아  밤을 이용해서 영남루 아래 대밭에,

 아랑이를 유인해서 성폭행을 하려했다.

 

이에 완강히 저항하는 아랑이를 칼로 죽이고, 시신을 대밭 깊숙한 곳에 묻었다.

윤부사는 갑자기 사라져 버린 딸을 찾다가, 온갖 떠도는 소문에 시달리기도 하고,

 정신적 괴로움 때문에 끝내 부사직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온간 소문이라는 것은 딸이 외간 남자와 정분이 나서 도망을 갔다는 것이었다.

 

그 뒤 못되 먹은 청년 주기에게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랑이는 귀신이 되었다.

새로 부임해오는 밀양부사에게 아랑이는  억울함을 하소연 하지만, 귀신을 보고 놀라 죽음을 당하는 부사만 늘어갔다.

이에 이진사(또는 상사) 라는 사람이 밀양부사가 되어 아랑이의 이야기를 듣고 범인을 잡아 아랑이의

원한을 풀어 주었다는 이야기다.

 

 

그 뒤 음력 4월 16일 마다 아랑이 원혼을 달래기 위한 제사를 지내오고 있다고 한다.

1965년 밀양을 방문한 육영수 여사가 아랑이 영정이 없음을 알고, 친일 화가 김은호 씨에게 아랑이 영정을 그리게 하였다.

그런데 그 영정은 남원 춘향이, 진주 논개와 너무 비슷하다고 말들이 많았다.

그기다가 친일 화가가 그린 그림이라고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람마다 이야기 내용은 다르지만, 대충 아랑이 이야기는 이렇게 전해 내려오고 있다.

 

 

 

 

 

 

전해 내려오는 아랑이의 이야기를 토대로 다시 되새김을 해보면 몇가지 의문이 생기지요.

 

아랑이를 보호 해줘야 할 유모가 괴한에게 아랑이를 성폭행 길로 인도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않습니다.

괴한에게 아주 커다란 약점이 잡혔을까?

아님 윤부사에게 큰 원한이 있었다는 말인가?

아님 돈을 받고 했다는 말인가?

그래도 그렇지 뻔히 보이는 나쁜 길로 인도했다니, 참 나쁜 사람입니다.

 

괴한이 칼로 가지고 아랑이를 죽였다는 것은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사전에 성폭행을 하고자 치밀한 준비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괴한도 유모처럼 윤부사에게 원한이 있었는지 아님,  단순히 성폭행을 하기위한 목적이였지 알 수는 없지요.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아랑이를 평소때 진짜로 사랑한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진짜 사랑을 하면 그런 범죄를 저질를 수 없는 것이지요.

조선시대 순박한 청년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기다가 시신까지 대밭에 묻었으니 아주 나쁜놈이지요.

 

아랑이 이야기보다는 유모와 괴한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지금의 시대에서 아랑이의 이야기는, 유모와 괴한의 심리상태와 환경, 괴한의 잘잘못을 정확히 찾어 내고

아이들에게 이야기 하는 것이 현실적인 아랑이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랑이가 정조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래서 정려문을 세우고 해마다 아랑이 뜻을 기리기 위해

제사도 지내고 축제를 한다면 현재적 역사 관점에서 아랑이는 죽은 혼인셈이죠. 

 

2005년 밀양 성폭행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 했습니다.

성폭행을 했던 밀양 청소년들 못지 않게 사회에 여론을 들끓게 했던 것이 성폭행 사건을 수사했던 수사관의 태도였습니다.

 

이사건의 재판 결과를 잠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들이 식별실을 이용하지 않고 형사과 사무실에서 가해자와 대질시킨 점,"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X들이 남자 꼬시려 밀양으로 가느냐. 내 고향이 밀양인데 너희들이 밀양물 다 흐려놓았다."는 폭언까지 했던 점을 들어 국가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정조를 지키기위해 목숨을 잃은 아랑이 이야기는 요즘 아이들에게 과연 얼마만큼 설득력이 있을까요?

정조를 지키기위해 목숨을 버리고 그 원한을 갚기위해 귀신이되어 원수를 갚는다는 내용은,

공포 영화 대본 줄거리로는 좋을것입니다.

하지만 성폭행을 예방하고, 남녀간의 올바른 사랑의 방법 교육에는 그의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영남루 아래 일부러 찾지 않으면 볼 수없는 곳에 아랑이 사당이 있습니다.

해마다 아랑이 축제를 하고 있지만,청소년의 올바른 성 문화에 대한 방법에 초점을 맞춘 아랑제는 본적이 없습니다.

2005년 밀양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이 밀양의 이미지를 떨어트린 경험을 했으면서도 말입니다.

 

 

                                    

          * 영남루 옆에 있는 '밀양 아리랑' 노래비.

           따뜻한 남녀간 사랑이야기가 밀양 아리랑에 담겨있습니다.

 

 

전도연이 주연한 영화 '밀양' 으로만 밀양을 부각 시키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끔찍한 조두순 사건을 보면서 아랑이를 전국 인물로 살리는 길은, 현재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아랑이는 다시 부활시키는 것입니다.(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