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과 아이들

굴렁쇠 역사생태체험 이야기-1

갈밭 2019. 1. 7. 16:27

굴렁쇠역사생태체험 이야기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하나- 아저씨! 돈 벌려고 하지요


굴렁쇠체험학습단에 보내는 부모들은 비가 오는 날 체험활동을

떠나면 바깥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을 한다. 부모로서

당연한 걱정이다. 비가 오면 불편한 점도 있지만, 어떤 곳을 가느냐, 무엇을

하느냐,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체험학습 만족도가 달라 질 수 있다.

그런데 비가 오면 불편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비가 와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런 느낌은 꾸준한 체험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절집 처마로

떨어지는 빗소리, 절집 선과 어우러지는 빗물 모습 등, 그 느낌을 알고 보면

절집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느낌을 처음부터 느끼는 아이들은 적다.

아저씨!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비가 너무 멋져요.”

이런 얘기를 할 정도면 풍부한 감성을 가진 아이라고 할 수 있다.

애들아! 비오는 날 절집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 한번 들어 보렴, 정말

좋아.”

라고 해도 처마에 떨어지는 빗물을 손으로 받으며 장난을 치거나, 땅에

고인 물에 신발을 담그면서 장난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다.

놀다보면 추억도 만들고, 놀면서도 몸으로 느끼는 것이 많다.

 



절은 작으면 작은 대로 그 느낌이 있고, 크면 큰 대로 그 느낌이 있다.

비오는 날 전남 구례 화엄사를 찾았다. 비가 내리는 화엄사에서 모둠별로

주어진 문제 풀기와 절집 풍경 둘러보기를 하고, 화엄사 최고의 쉼터

보제루에서 모이기로 했다.

우산을 쓰고 다니면서 주어진 문제풀이를 다 한 초등 5학년 남자아이가

대뜸 물었다.

아저씨, 돈 벌려고 굴렁쇠 하지요

무슨 뜬금없는 질문이냐고 하겠지만, 아이들이 체험학습과 관련 없는

질문을 할 때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그냥 개인적인 관심이 많아서

묻는 경우와, 아저씨에게 곤란한 질문을 해서 아저씨가 어떻게 하는가

보려는 마음이다. 곤란한 질문에 답을 못하거나, 자기가 원하는 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놀려 보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초등5학년 남자 아이가 던진 질문에 대한 교과서 식 답은 이렇다.

돈보다는 너희들이 체험학습을 통해 더 많이 배우고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는 거다.”

라고 답하면 초등 5학년 남자 아이는 바로 치고 들어온다.

에이, 아저씨는 돈 벌려고 하면서…….”

괜히 그렇게 얘기 한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익히 이런 마음을 알고

있기에 바로 답을 해준다.

그래, 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굴렁쇠 돈 벌려고 한다.”

이렇게 대답을 하고나면 더 이상 얘기가 없다. 자기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쪽으로 대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굴렁쇠체험단을 처음 꾸릴 때는 역사, 생태 체험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영역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했다. 이것을 통해 많은 학부모들의 생각을

모아 좋은 교육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돈 버는 일이 되었고, 오늘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이

 

 

체험학습단을 꾸려가는 힘이 되고 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라는 말을

머리에 되새기지 않더라도 그런 정신이 몸에 배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체험학습, 그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가끔 이런 질문도

받는다.

아저씨! 돈 많이 벌어요?”

그러면 나는 다시 묻는다.

너 생각은 어떻나? 아저씨가 돈을 많이 벌게? 적게 벌게?”

많이 벌겠지요. 우리들에게 상금도 주니까요.”

어른들은 이런 질문 안 한다. 왜 안 할까? 뻔히 다 들여다보이니까 그렇다.

확실한 것은, 돈이 되고 쉬운 일이다 싶으면 뛰어 드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 우리 사회다. 생태와 역사 체험단을 꾸려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적다. 힘이 들거나 돈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체험단 운영에 있어 치열한 경쟁자는 참가하는 어린이들과 돈을 내어

보내는 학부모들이다. 이런 경쟁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요즈음은 장롱

받침대로도 잘 쓰이지 않는 책을 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