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라고 하지만 겨울 바람이 도포 자락 날리 듯 휘이익 몸을 감싸 안는다.
긴 겨울을 보낸 처녀 마음처럼 두꺼운 외투를 확 벗고 싶은 건만 우짜노? 아직 춥다.
축제 시작은 정월 보름이지만, 정월은 한겨울이다. 그래서 정월 보름은 즐기는 축제이라기 보다는 기원의 성격이 짙다.
그 다음이 3월 1일 인데, 우리 한번 즐겨 볼까 하다가 아직 가시지 않은 겨울 바람에 몸이 움츠려 든다.
1919년 3월 1일 함성과 영원한 윤관순 누님을 생각하며 3월 바람 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창녕 영산 3.1 축제 마당을 찾았다.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조선독립만세' 를 외쳤던 기운들이 신령스러운 산, 창녕 영산까지도 뻤쳤다.
영산이 어디 그냥 얻은 이름인가! 석가여래가 인도 독수리 산 아래서 많은 제자들을 모아 놓고 진리를 논하던 그 산이 영취산, 영축산이다. 통도사를 병풍처럼 둘러싼 산도 영취산 그 이름이다.
다른 지역에서 축제를 준비하고 있을때 축제를 열다보니 겨울에 공쳤던 축제마당 장사꾼들이 몰려 든다.
그래서 영산 축제는 장사꾼이 댑다 많은 것일까?
▶영산면 소재지에 사람들로 가득하다. 얼핏 봐서 창녕 사람들은 다 온 것 같다.
10년전 3.1 문화제를 찾은 이후로 올 해가 처음이다. 올 해는 꼭 가봐야지 하며 벼르고 벼르고 해서 왔다.
3일동안 하는 행사를 다 볼 수는 없고 해서 고른 것인 '영산쇠머리대기'와 '영산 골목줄다리기' 이다.
사라질뻔 했던 우리 전통 민속을 계승하고 축제를 통해 영산을 하나로 묶어 내는 영산민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짝 짝 짝~
창녕에서 영산 사람을 만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얘기를 하면, 목소리가 높아 진다.
집안 어른 중에 누구누구가 독립했다면서 독립운동 후손임을 엄청 자랑을 한다.
참 좋은 자랑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적 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였던 친구들이 큰 부러움의 대상이였다.
영산이 그런 곳이다.
평소때 즐겼던 축제는 위급한 때에 뭉치는 힘이 되고 적과 맞서 싸우는 힘이 된다.
정월대보름마다 해오던 영산 쇠머리대기를 일제가 허용할 일이 없다.
일제강점기에 중단 되었던 영산쇠머리대기를 해방 이후 일봉 조성국 선생이 다시 복원 시켰다는 자료가 나온다.
창녕 양파재배법에도 관심을 가져 알찬 자료를 남긴 것 뿐만 아니라. 4.19이후 교원노조 활동도 열심히 한 깨어있는 선각자였다. 영산 골목줄다리기에 초,중등학생들도 참여한다. 일봉 선생의 뜻을 짐작 할수 있다.
▶축제마당 어디에 가도 있는 장사꾼 마당이지만, 행사 보다는 장사꾼 마당이 더 크다는 느낌이다.
소코뚜레가 액운을 막아 준다고 한다. 쇠머리대기 행사에 맞은 상품이다.
하지만 이 코뚜레는 강원도에 온 것이다.
영산쇠머리 행사에 맞게끔 여는 쪽에서 상품을 개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산면 풍물마당에 각설이 꾼이 세 팀이나 왔다. 행사 주인공들인가 하는 착각 마저 든다.
'각설이도 치열한 경쟁 속에 살구나 !' 그냥 아~ 휴 다.
▶나라를 잃어을때는 한 없이 그립기만 했을 태극기다.
▶쇠머리대기는 소싸움 모양을 본 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싸움이 사람들 싸움이 되었다.
쇠머리대기 틀을 드는 학생들은 경상대 와 경남대 학생들이였다.
영산청년회가 있지만,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나가고 실제 영산에 사는 청년들만으로 진행하기가 어려웠겠군나
하는 짐작을 한다. 대학교 학생회와 연계해서 행사를 치루는 방법도 참 좋은 생각이다.
바람직한 대안이다 싶다.
쇠머리대기에 참가한 한 학생이 마치고 나올때 친구하고 전화 하는 내용을 얼핏 듣기 되었는데. 쇠머리대기 라
고 하지 않고, 차전 놀이라고 했다.
아마 놀이 방법도 비슷해서 학교에서 배운 차전놀이가 입에 익은 탓일 것이다.
▶본격적인 쇠머리대기 행사를 하기 전에 깃발를 잡은 앞사람들이 깃발 싸움을 한다.
옛날 전쟁에 나가는 군사들이 분위기를 잡는 것 같다.
▶창녕에 있는 풍물패는 죄다 모인 것 같다. 양쪽으로 나눠 풍물 가락으로 분위기를 한 껏 띄운다.
▶얼쑤~좋다~ 어깨춤이 절로난다. 갈수록 어깨춤 추는 사람들이 적다. 우리 가락에 신명을 타고 싶다.
▶밀양 초등학교 학생들이 밀양 백중놀이 전수받았단다. 많은 사람들 앞에 공연을 하고 있다.
신나게 노는 판인데 어른들 앞이라서 그런지 얼굴이 긴장 되어 있다. 웃었으면 좋겠다.
풍물은 하는 사람이 신이 나야 보는 사람도 덩달아 신난다.
풍물은 보여주는 공연 보다는 함께 신명을 타는 제 맛이다.
창녕 3.1 문화제를 시작하기전 부터 창녕 이방면에 도로에는 펼침막이 붙었다. 그 내용이 '대장, 중장, 소장' 누구 누구 경축이라는 글인데. 그 글을 처음 보면서 창녕 이방면 출신이 장군으로 진급을 했냐 하는 생각을 가졌다.
영산쇠머리대기 공연장에 오고 그 장군이 쇠머리대기 장군이라는 것을 알고 입가에 웃음이 나왔다.
역시 창녕 군민이 모두 즐기는 축제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방면는 서부군이였다.
서부군은 여자를 뜻해서 여자가 이기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가정에서도 여자 말을 잘 들으면 매사 좋다는 속설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그런 것일까?
요즘은 우스개 소리로 두 명의 여자 말을 잘 들으면 매사에 잘못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하나는 마누라 또 하나는 네비게이션 안내여자.
나는 늘 두 명의 여자 말을 잘 안듣는 편이라 할 말 없다.
앞으로는 생각해봐야 겠다.
창녕군민이 다 같이 참여하는 축제로 이 정도로 발전 시킨 것에 대해 큰 박수를 보낸다.
이것을 가지고 다시 험집을 낼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단, 영산쇠머리대기가 전통을 계승하고 관광객을 위한 시연 성격도 있다면, 전통을 계승하면서 시대적인 감각에 맞게끔 발전 시켜 나갔으면 하는 바램으로 몇 가기 생각을 덧붙인다.
▶쇠머리대기는 서부군과 동부군으로 나눠 대결하는 놀이다. 쇠머리 틀을 지고 있는 사람이 머리 띠를 하면
더 힘있게 또 멋 있지않을까 싶다.
▶쇠머리를 대고 동,서부군 장군들이 칼싸움을 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장군들이 싸우는 장면도 관광객들을 위한 시연행사인 만큼 미리 연습을 하면 효과가 극대화 되지 않을까 싶다.
아님 쇠머리 위에 큰 풍선을 달아 그 풍선을 칼로 베어 내는 모습을 연출해도 좋을 것 같다.
쇠머리틀(상투꾼이라고 해야 할지 정확한 이름을 몰라 쇠머리틀을 지는 지게꾼이라고 한다.)틀을 매는 지게꾼들이 외치는 구호가 있었면 훨씬 분위기가 살아 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구호를 관객들과 함께 외치게 하면 전체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 같이 보인다.
진행자가 마이크로 계속 관객들에게 밖으로 물러 나라고 한다. 위험다하다고 말이다.
쇠머리대기 틀도, 장군이 입은 옷도 오방색이다. 진행자도 오방색을 강조했다.
그럼 오방 색 긴 줄을 만련해서 관객들이 잡고 움직이면 보기도 좋고 안전선 역할도 할수 있을 것이다.
앞서 깃발 싸움할때 오방색 끝은 올렸다 내렸 하거나, 오방색 끈을 잡고 풍물패를 따라 다니면서 간단한 구호도 외치면 훌륭한 그림이 될것이다.
도 하나는 사람들이 앞에 가려 키 작은 어린이들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진을 찍는 사람과 잘 보려는 사람들이 언덕위에 올라서 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행사에 아이들은 적다.
내빈이 앉은 자리말고는 마땅이 앉을 자리가 없다.
운동장을 만들때 언덕에 의자를 만들었으면 좋았겠다 싶다.
영산쇠머리대기 유래나, 지난 행사때 찍은 사진을 행사장 주변에 전시해 놓으면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겠건만,
내가 못봐서 그런지 그런 것은 없고, 장사 천막이 먼저 눈에 띈다.
영산쇠머리대기를 보고와서 주섬주섬 적어 봤다.
좋은 행사를 좀 고민하고 다듬으면 훨 좋은 행사가 되겠다 싶어 한 얘기이다.
(굴)
다음은 영산골목줄다리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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