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는 이야기

우리모두 편한 차례상 차리기

갈밭 2009. 10. 3. 18:33

'차례라는 것은 정해진 날에  차를 올리면서 조상님들의 뜻을 기리는 것이다 ' 학교에서 이렇게 배워왔습니다.

그런데 아직 저희집에서는 차례나 제사때 차만 올리고 지내본 적이 없습니다.

술도 곡차라고 쳐보더라도 술만 올리고 지내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릴적에는 차례인데 왜 차를 올리지 않는걸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버지가 어릴적에 돌아가셔서 농사일을 어머니가 혼자 했습니다.

바쁜 농사철에 제사가 들면, 농사일을 끝내고 저녁에는 제사음식을 준비한다고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어머니가 안되보였습니다.

 

지금은 간소히 한다고해도 추석 설날 두 번,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를 합쳐 한 번. 아버지 제사 한 번, 조상 제사 모아서 지내는 묘사 한 번, 일년에 모두 다섯번을 지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도 따로 지내다가 작년부터 합쳐서 지냅니다.

할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기전에 돌아가셔 얼굴을 모릅니다. 

그래서 제사를 합칠때 할머니 제사날에 할아버지 제사를 합치자고 했지만 제 의견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오래살아서 자손들이 얼굴을 많이 기억하기 때문에 그런 의견을 내었는데. 어른들은 남자 중심으로 가야된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서 제삿밥도 더 많이 잡수셨을 것 같는데도 말입니다.

전통이라고 말씀하는 어른들앞에 합리성이 힘을 못씁니다.

 

 

 

 

상대적으로 싼 것이 과일입니다.  차례상도 푸짐해보이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저희 집안이  양반집 종갓집처럼 제사를 철저하게 유교식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음식 놓는 자리는 일단 음식을 드시는 사람입장에서  밥과 국은 가까이에, 후식으로 먹는 과일과 포 종류는 멀리놓습니다.

차례상을 차려놓고 절하는 횟수도 가끔 헤갈려 할때가 있습니다.

 

한번 사용한 초는 다시쓰지 말아야 된다고해서 지낼때 마다 새로운 초를 사용합니다.

제사를 오랫동안 지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초가 조금밖에 타지않습니다.

한 번 사용한 초가 불도 잘 붙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른들 모르게 모르체 하고 다시 꽂아 사용합니다.

길이가 긴 향도 반을 부러뜨려 사용합니다.

 

더 이해가 안되는 것은 제사상 앞에 세우는 병풍은 한자로 적혀 있는데 그 내용은 반야심경입니다.

물론 우리의 풍속이 유교,불교, 도교가 섞여서 내려온 것이라고 하지만. 유교에 풍속 한가운데는 불교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많은 어른들이 제사를 지내야하는 근본적인 이유보다는 남들이 하니까  합리성과 현실에 맞지않더라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사는 아주 옛부터 공동체 구성원들의 안녕을 기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시대를 거쳐 유교 전통이 확립되면서 지역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권세있는 양반집 제사풍속을 그 뼈대를 삼고 있습니다.

시대와 집안 사정, 종교에 따라  명절, 제사 풍속이 현실 조건에 맞춰 많이 바꿔져 왔습니다.

명절 축제와 제사의 좋은 풍속을 새롭게 만들어 보면 어떨까싶습니다.

 

요즘은 교통이 발달되어 명절이 아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고향을 자주 찾을 수 있습니다.

명절때라고 해도 오히려 바쁘다는 핑게로 마을사람, 전체 집안이 모이는 시간이 적어지고 있습니다.

추석 차례상이라도 마을에서 공동으로 지내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차례 음식 준비하는 수고를 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고향 마을 사람들 전체가 모이니까 자연스럽게 만남의 장이 될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잔치 마당이 펼쳐지지 않겠습니까? 

음식은 각자 집에서 먹으면 되니까요?

진짜 차만 나누는 추석 차례상이 되는 거겠지요.

꼭 시골이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도시 아파트 단지에도 가능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고향을 찾아 웃어른을 찾아뵙고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정을 나누던 옛 축제의 명절과 제사를 말입니다.

전통은 잇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맞게끔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