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남자 초딩들은 전쟁놀이를 좋아했다. 전쟁놀이를 하면서 아버지가 군인이라면 친구들에게 큰 자랑거리였고,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했다면 더 큰 자랑거리가 되었다. 전쟁놀이 중에 가장 나쁜 역할은 일본 순사였고, 반공교육 영향으로 북한군도 나쁜 사람에 들었다. 아이들에게 큰 자랑거리였던 독립운동가도 한 가정을 책임진 가장이다.
가장이 가정을 잘 돌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는 가정보다는 사회와 나라를 위해 힘쓴 사람을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했다.
나라를 빼앗겨 많은 고통을 당했던 일제감정기에 한 가장이 나라를 되찾는 독립운동에 뛰어 든다는 것은, 식구들 고통이였다. 그래서 어렵고 힘든 일을 한 독립운동가를 대우하고 기리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도 친일 잔재를 제대롤 청산하지 못한 일로, 일정강점기에 못지 않는 시절을 보내야 했다.
지난 2019년 5월 29일(수) 마산YMCA가 연 <창원 근현대사 아카데미>에서 허정도 건축가님이 마산의 대표적인 인물 두명을 소개 했다. 그 두 명은 명도석 선생과 김명시 장군 이였다.
명도석 선생 이야기는 여럿 자료에서 봐왔지만, 김명시 장군 이야기는 올 초 처음 들었고 이번 아카데미에서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강의가 너무 흥미 진지하고, 왜 이런 이야기를 이제와서 들어야만 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도시의얼굴들-허정도 지음/지엔유 출판>에 김명시 장군 이야기가 자세히 적혀있다. 1945년 동아일보 기사에는 <조선의 잔 다르크>라고 표현할 정도로 김명시 장군을 칭찬했는데, 정작 마산 사람들은 잘 몰랐던 것이다..
마산이야기를 소개한 책이 많이 있었겠지만, 내가 본 책은 목발 김형윤 선생이 쓴 <마산야화>, <그곳에서 마산이 있었다.- 남재우, 김영철 지음> 두 권이였다.
<도시의얼굴들>을 쓴 허정도 작가는 책은 오랫동안 마산에 살면서 마산 사람들을 만나왔고, 도시건축을 해오면서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쓴 역사, 건축 이야기로 값진 책이다. 너무 알찬 자료들이 많아 자료로도 소장 가치가 높은 책이다.
한국지역출판대상 천인 독자상을 받게 된 것도 이런 이유이지 싶다.
소개한 두 선생 뿐만 아니라 마산에 살았거나 마산을 거쳐간 인물 이야기를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이 한 권의 책이 마산을 정신이 깃든 도시로 확실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이 아버지, 할아버지 이야길 들려 주세요. 할때 슬며시 내 놓을 수 있는 책 한 권.
<도시의얼굴들>이다.
책 내용과 함께 허정도 작가의 강연을 들어 보면 마산과 함께한 도시의 얼굴들이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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